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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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여행

김훈, 그는 눈밝은 소수의 독자들에게는 이미 하나의 신화이다. 52살의 그가 오직 자전거 하나에 의지하여 몸으로 넘은 태백산맥,소백산맥 그리고 저 반도의 땅끝까지, 그의 두 바퀴와 두 다리의 근육이 담아낸 이 땅의 풍경과 상처어린 삶의 흔적들 -
퇴계와 충무공 같은 거인들뿐만 아니라 이름이 없는 저 오지의 촌로들과 마암분교의 아이들까지 삶의 인간다운 위엄을 되살리는 김훈의 연필로 쓰여진 영혼의 노래들 - 이제 한글은 비로소 하나의 고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
삼성 CRESENS

 

 

저자 : 김훈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 영문과,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시사저널>편집국장으
로 있다.

저서
<내가 읽은 책과 세상> 1989
<선택과 옹호> 1994
<풍경과 상처> 1994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1995

 

저자의 말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는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
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
에서 몸을 떨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너머에서 생명은 풍문이거니와 환영이
었고 나는 그 어두운 갯벌에 교두보를 박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만
질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
의 이름은 풍륜이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
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거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
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목차

1. 꽃피는 해안선 / 여수 돌산도 향일함
2. 흙의 노래를 들어라 / 남해안 경작지
3. 지옥 속의 낙원 / 식영정, 소쇄원, 면양정
4. 망월동의 봄 / 광주
5. 만경강에서 /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6. 도요새에 바친다 / 만경강 하구 갯벌
7.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 안면도
8. 다시 숲에 대하여 / 전라남도 구례
9. 찻잔 속의 낙원 / 화개면 쌍계사
10.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11.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 여수의 무덤들
12. 그리운 것들 쪽으로 / 선암사
13.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도산서원과 안동 하회 마을
14.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 경주 감포
15. 복된 마을의 매맞는 소 / 소백산 의풍 마을
16. 고해 속의 무한강산 / 부석사
17.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 영일만
18. 원형의 섬 / 진도 소포리
19.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진도대교
20. 길들의 표정 / 덕산재에서 물한리까지
21.산간마을 사람들/ 도마령 조동 마을
22.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하늘재,지름재,조소령,문경세재
23.가마 속의 고요한 불 / 관음리에서
24.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 양양 선림원지
25.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 태백산맥 미천골
26.노령산맥 속의 IMF / 섬진강 상류 여우치 마을
27.시간과 강물 / 섬진강 덕치 마을
28.꽃피는 아이들 / 마암분교
29.한강, 흐르지 않는 세월/ 암사동에서 몽촌까지
30.강물이 살려낸 밤섬 /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31.조강에 이르러 한강은 자유가 된다/여의도에서 조강까지
32.에필로그 / 자전거 타는 사람.김기택

 

 

서평

언론인 김훈(52.<시사저널> 편집국장)씨가 산문집 <자전거 여행>(생각의
나무)을 펴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스스로 `풍륜`(風輪)이라
이름붙인 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산천을 주유하면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관
한 글들이 묶였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을 따
라서 길 위로 퍼져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
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이 보편화한 시대에 자전거 여행에 관한 글이란 새삼
스럽고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자전거를 고
집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를 탈 때 탈것과 인간은 둘
이 아닌 하나가 된다. 인간의 몸과 자전거의 바퀴는 동일한 기계의 연결
된 부품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통해 세상의 길들
은 인간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몸이 곧 길”이라는
깨달음은 이러한 경험의 직접성에서 온다.
자전거를 예찬함에 있어 그가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보호, 또는 건강 따위
를 들먹이지 않는 것은 역시 그다운 노릇이다. 대의명분이나 공익성 캠페
인을 그는 생래적으로 싫어한다. 그가 미뻐하는 것은 고독한 단독자의 실
존적 고투.
진도대교를 여행하며 쓴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라는 글이 시사적이다. 여기서 그가 되풀이 강조하는 것은 이순신의 무인
(武人)적 단순성이다. 이순신에게서 그가 사는 점은 충군애족의 신념이나
고결한 인품과 같은 덕목이 아니다. 수군으로서 “그는 바다의 사실에만
입각해 있었다.” 무인으로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었
다.
자전거의 육체성에 대한 성찰, 그리고 무인적 단순성에 대한 예찬에서 짐
작되듯이 그에게 `문약`(文弱)은 혐오의 대상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는 금언은 그가 보기에 기만적이다. 그보다는 “문(文)은 세계를 개조
하는 수단으로서 무(武)를 동경한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정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내뿜는 `문향`(文香)은 아찔할 정도이다. 하
지만 그의 글의 매력이 한갓 장식과 수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
다. 온 힘을 다해 자전거 바퀴를 굴리듯, 결코 조급하지 않게 앞으로 앞으
로 나아가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거의 종교적 법열과도 같은 `깨
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서해는 조국의 여
성성이다” “몸이 기진했을 때, 풍경은 기갈처럼 몸 속으로 파고든다”
와 같은 금언투의 문장들에 매혹당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은 얼
마나 치열한 사고와 말 고르기를 거쳐 나온, 고승의 사리와도 같은 추출물
인지를 알아차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알아차리거나 말거나 그
의 자전거 예찬은 계속된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한겨레 최재봉 기자bong@hani.co.kr  

 

 

`술마신 뒷날 아침,간밤의 그 미칠듯한 슬픔과 미움과 악다구니속에서,그
래도 배가 고파서 집어먹은 두부김치며 낙지국수가 똥의 원만한 조화에 도
달하지 못한채 반쯤 삭아서 가늘게 새어나올때,나는 화장실에서 처자식 몰
래 울었다.육신을 먹여주고 쓰다듬어주지 못한채 육신과 싸우고 나온 날
똥.덜 삭은 재료가 덜 삭은 비명을 질러댔다`
우리 시대 최고 산문가 중의 하나인 김훈씨의 에세이 `자전거여행`(생각의
나무.9천원)이 출간됐다. `밥`을 벌기 위해 `날똥`같은 인생을 팔아야하는 52세 저널리스트의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가장 뜨거운 날에 가장 굵고 향기로운 소금이 `온다`고 했던가. 슬픔을 연해 되새김질하는 김씨의 눈길은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처연한 삶을 보듬는다.
`공깃돌만한 콩털게도 애처로운 갑옷을 입고 있다.아무런 방어의지도 없
는 그것은 다만본능의 머나먼 흔적처럼 보인다.끊임없이 흙을 뱉어 새 구
멍을 내는 갯지렁이.그의 기구한 무주택의 운명은 갯벌에 지속적으로 산소
를 불어넣어 많은 살아 있는 것들의 터전으로 만든다`
김씨의 산문을 읽는 즐거움은 홑으로 된 글이 겹으로 열리는 신비다.
저자는 그림자로 존재하는 산수유꽃이나 더이상 자라지 않고 단단해지는 대
나무에 대해말할 뿐이지만 독자는 거기서 삶의 알레고리를 읽어낸다.
차에 대한 다음 글을 보자.
`찻잎에는 독성이 있다.덖음은 차의 독성을 제거하고 잎속의 차맛을 물에
용해될수 있는 상태로 끌어내는 일이다.그날 딴 차는 하루를 넘기면 안된
다.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두손으로 주물러가며 볶아낸다.덖음질을 오래한
사람들은 열 때문에 손마디가 구부러져있다. 불은 흔들려서도 안되고 연기가 나서도 안된다` 덖음질은 예술창작과 같다. 독한 마음자리가 없으면 작품이 잉태되지 않는다. 원한과 치욕을 녹여 무기이자 악기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열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의 관찰력과 상상력은 삶의 고단함에 기초한다.
감은사지 3층석탑에서 나무에서 돌로 이행하는 과정의 망설임을 읽어내고
안동하회마을골목에서 `도저히 버릴수 없는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품격`을 논하는 이는 아마 김씨뿐일듯 싶다.
문학평론가 정끝별씨는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
련"이라며 "처사(處士)김훈의 언(言)과 변(辯)은 강(講)과 계(誡)에 가깝
다"고 했다.
삶의 허무를 `가장 빈곤한 한 줌 언어`로 감싸안은 김씨의 산문은 `아,아
무것도 만질수없다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라고 나는 써
야하는가.사랑이여,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라는 자서(自序)를 달고 있
다.

한국경제신문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최근 출간된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훈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타고 둘러본 산천방랑기다. 그는 `풍륜(風輪)'이라고 이름붙인 자전거에 몸을 실어 남녘 바닷가에서 백두대간의 높은 고개까지 흘러다녔다.
1999년 10월부터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올 6월에 끝났다. 한번 떠나면 약 200㎞를 달리는 장정에 시달려 자전거는 다 망가졌지만, 대신 아름다운 에세이집 한 권을 남겼다.

책은 저자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자동차조차 올라가기 어려운 이름없는 고갯길을 넘어가며 그는 이 삶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스쳐가는 풍경을 말하려는 나의 문장"이라고 말한다. `치명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이런 저자의 `문학주의적 태도'는 `풍경과 말'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붙잡힌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그는 `왜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대신, 자전거 여행으로 만나는 많은 풍경을 말해야하는 자신의 문장에 집중한다. 또 그 싸움은 지게 되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이라 하더라도 자연에 맞설 수 없다는 점을 그는 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풍경보다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 그는 굳이 짜내듯 한문장 한문장 말을 다듬어내 여행에서 마주친 풍경과의 미학적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훈의 문장은 전체가 아니라 한구절한구절 읽어야 제 맛이 난다. 한 문장으로도 전체를 다 품어내는 정교한 미학적 장치가 김훈문장의 자랑거리다. "아름다운 한국어의 밭"이란 세간의 평가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문장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전남 선암사화장실에서 똥누는 행복을 말하며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고 노래하고, 전북 옥구 염전에서 "소금은 `소식'처럼 이 염전에 내려온다.

바람이 멎어서 물이 흔들리지 않고 햇볕이 가팔라서 물이 내려앉아야 좋은 소금이 온다.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알 속에서 고요히 머물고 있기에"라고 노래한다.

충북 영동의 외딴 고갯길, 도마령 옛길에서 그는 마음을 찾아가는 자전거의 길을 말한다. "도마령 옛길은 산의 기세가 숨을 죽이는 자리들만을 신통히도 골라내어 굽이굽이 산을 넘어갔다.

그 길은 느리고도 질겼다…. 그리고 그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산간마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서 가는 어진 길이었다. 어떤 마을도 건너뛰거나 질러가지 않았다.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길은 본래 저러한 표정으로 굽이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여행에 동행한 사진 또한 글과 한판 경합을 벌이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본문'이다. 황헌만, 이강빈씨가 풍경과 자전거 여행자의 고투를 한 화면에 다 잡아냈다.
20000802/북리뷰 배문성기자/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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