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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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매도

8월22일 수요일, 날씨 흐림..

아침 9시50분, 청산도에서 완도행 배를 탔다. 완도에서 차를 몰아 진도까지 한숨에 내달았다. 진도 팽목항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배낭에 짐을 옮겼다. 관매도는 차를 가지고 갈 필요가 없는 작은 섬으로 알려져 있었다. 오후 2시30분 배를 승선하여 4시에 관매도에 도착하였다.

관매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1.5km에 이르는 해변은 여느 해수욕장과 다름 없어 보였다. 숙소를 정하고 솔숲을 가로질러 해변가로 나갔다. 100년은 되었음직한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해수욕장 주변의 송림으로는 가장 규모가 커 보였다.

해변을 따라 동쪽 끝으로 걸어가자 서해안 채석강에서나 보았음직한 해식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규모로 보아 채석강보다 훨씬 웅장할 뿐만 아니라 울창한 숲의 위용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마치 공룡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 그제서야 파도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왔다. 아주 넓고 깊은 파도소리...

해질무렵 백사장에 앉아 바라보는 일몰도 고깃배와 어울려 인상적이었다.

"관매도에는 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는 관매해수욕장 소나무숲의 울창함과 채석강은 저리가라할 정도로 층층이 돌을 쌓아 올린 듯한 깎아지른 절벽의 장대함에 넑을 읽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나는 해가 뉘엿 뉘엿 질 무렵 시장기를 느끼고 괜찮은 식당을 찾아나섰다.

그런데 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은 오늘따라 일이 생겨서 식사를 준비할 수 없다고 했다.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솔밭횟집으로 가보란다. 터벅터벅 솔밭횟집으로 가니 주방에서 뭔가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 식사 되나요?"  "손님이 없어서 오늘은 식사 안되는데요"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으나 문을 연 식당은 없었다. 이러다가 쫄쫄 굶게 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 것은 이즈음이었다.

해변 근처 가게에 들러 필름을 한통 샀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식당도 이 가게에서 운영하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 식당 안해요?" "손님이 없어서 요즘 안해요." "라면이라도 끓여주시면 안될까요?"  나는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했다. 필름값을 내면서 말이다.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 왈 "귀찮아서 안해요"  "띠~ 요..."  배고파서 쫄쫄 굶고 있는 사람한테 '귀찮아서 안판다니..' '이 아주머니가 올여름에 돈 좀 만졌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돌아 나오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이놈의 관매도에 두 번다시 오나봐라"

주린배를 움켜쥐고 다른 가게로 갔다. 쵸코파이 한상자와 콜라 2캔을 샀다. 주인할머니가 인심좋게 보이길래 한번 더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주머니 뜨거운 물 없어요?" "뜨거운 물은 뭐하게?"  "사발면 끓여 먹을라고요"  "없지..끓는 물"  내 속이 끓어 올랐다.. 부글부를...

까만 비닐봉지에 쵸코파이 한상자와 콜라 2캔을 넣고 터벅터벅 걸어서 해변으로 가서 백사장에 세워져있는 배 위에 올라 앉았다. 쵸코파이를 한입 물고 고객를 들어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어스름이 비치는게 한입 베어문 쵸코파이처럼 처량해 보였다. 사람 인심은 변해도 콜라와 쵸코파이 맛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갑자기 사발면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쵸코파이 4개와 콜라 2캔을 먹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먹다 남은 쵸코파이 봉지를 들고 어슬렁 어슬렁 숙소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주인아저씨가 물었다. "식사 어떻게 하셨어요?"  "아, 예...  식당 하는데가 없어서요.." 기회는 찬스다. 나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뜨거운 물 좀 주세요. 사발면이라도 먹게요."  "아, 네.. 주방에 생수기에 더운물 있습니다."  나는 잽싸게 가게로 달려가 사발면을 사왔다.

생수기에서 더운물을 붓고 기다리려니 주인아저씨가 김치를 주었다. "식은 밥도 좀 있는데..."  아저씨 말에 주인 아줌마 왈  "그러 우리 먹을 것인데요.."라고 눈총을 준다. "괜찮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말했다.

생수기에서 부은 물은 역시나 우려했던 바대로 미적지근 했다. 여지없이 불어터져 꼬들꼬들해진 사발면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이건 또 왜 오뚜기 사발면이야? 난 육개장 사발면이 좋은데..

아~ 정녕 관매도에는 밥이 없단 말인가..?

관매도에는 여관은 없고 민박집과 솔숲의 야영이 가능하다. 민박으로는 송백정과 소라민박이 깨끗하다.

관매도는 울창한 숲과 해식절벽이 어우러져 윈시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느낌의 섬이다. 해변이 넓고 일몰이 아름다우나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관매도 해변

◈관매도 선착장과 일몰

◈특산물 멸치와 멸치잡이 배 그리고 진도에서 온 개(?)

◈관매도 해수욕장선착장에서 읍구리행 도선

◈읍구리 도선 선착장

◈관매도 어리포 선착장

파노라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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