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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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틱 가도의 종점 - 퓌센

아침일찍 일어나서 뮌헨 중앙역으로 갔다. 유럽 제일의 고성으로 불리우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가기 위해 퓌센행 기차를 탔다. 로맨틱 가도는 프랑크프르트에서 퓌센에 이르는 장장 360km, 26개 도시와 마을을 연결하는 여행 루트이다. 낭만파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성이나 집들이 중세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으로 퓌센은 로맨틱 가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 종점이자 출발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08시51분에 퓌센까지 직행하는 기차도 있었지만 06시50분 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중간에 부흐로(Buchloe)에서 갈아타고 갔다. 2시간 정도 걸려 퓌센에 도착했다. 기차가 플렛폼에 도착하자 노란색으로 칠해진 작은 시골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토록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는데도 지금도 아담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역에서 나오자 맞은편에 성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이미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09시15분에 버스가 도착했다. 10분 정도 가자 산 아래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오르막길로 조금 걸어가자 매표소 건물이 나타났다. 이 곳에는 두 개의 성이 있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엔슈방가우 성이 그것이다. 두 개의 성을 모두 관람하는 티겟은 할인이 됐다. 그러나 호엔슈방가우 성은 표를 사지 않았다. 매표소 옆 언덕 위에 바로 성이 있었고 굳이 내부를 관람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티켓을 사고 호엔슈방가우 성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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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엔슈방가우 성은 매표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산 위라고 하기에는 좀 낮은, 걸어서 10분 남짓 올라가면 되는 그런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막시밀리안 2세가 세웠다는 이 성은 생각보다는 좀 소박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었다. 대학시절 본관 건물을 보는 듯 했다. 이런 것을 네오 고딕 양식이라고 한다고 했다. 성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마을이 평화로워 보였다. 멀리 산위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표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성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성 주위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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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엔슈방가우 성을 내려와 5분 거리에 있는 호수로 갔다.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를 달리는 여행객들,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 벤치에 나란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노부부의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빵을 먹으며 아침 식사를 했다. 여행하면서 시시때때로 느끼는 것이지만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것 보다는 그곳에 잠시 앉아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 더욱 즐겁다. 내가 그곳의 일원이 되어 동화되는 느낌이 좋은 것이다.

호수를 나와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시간 맞춰 간다고 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줄이 길 게 늘어서 있었다. 미리 버스표를 구입했지만 일단 매표소 앞에 늘어선 줄에 서야 했다. 표를 사는 줄이 곧바로 버스에 오르는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참 이상한 시스템이었다. 표가 있었기에 중간에 버스타는 줄이 있나 하고 기웃대는데 어디선가 "쓰미마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새치기 할려고 기웃거리는 줄 알았나보다. 으... 끊는다~... "니 하오마~" 해줄까보다.. 어디가나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서 가이드나 안내방송도 항상 일본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 관광객은 주로 배낭여행하는 학생들이었고 일본 관광객들은 주로 나이든 분들이었다.

20여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성으로 올라갔다. 마차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버스로 10분 정도 걸렸지만 성은 꽤 놓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성 입구까지 7~8분을 걸었다. 표를 구입할 때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고 가이드를 따라다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까닭에 뒤시간 여행객들 틈에 끼어 다녔다. 불행히도 그 시간은 남미 여행객들을 위한 가이드 시간이었다.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여행책자에 소개된 내용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호엔슈방가우 성을 지은 막시밀리안 2세의 아들인 루드비히 2세가 1886년에 지은 성이다. 어릴 적엔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자랐는데 아마도 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봐도 좀 후줄근 하긴 했다. 아버지 잘 만난 덕분에 별다른 걱정 없이 살았던 루드비히 2세는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에 걱정이 없다보니 그랬을 것이다.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여 오페라의 주인공이 사는 성을 꿈꾸며 지은 곳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라고 한다. 그 높은 곳에 성을 지을려고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재정적인 곤란을 겪은 끝에 17년 만에 성을 완공하였지만 3개월 후 호수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들었기 때문일까? 성은 곳곳이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지금처럼 조명이 발달되어있지 않은 시대에 이런 곳에서 살려면 좀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 내부 벽에는 온통 오페라의 장면들을 그려넣었다.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가끔씩 성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을 반대편 계곡쪽에는 마리엔 다리가 보였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했다. 가이드를 따라 성을 둘러보는 시간은 30~40분 정도 걸렸다.

성을 나와 아까 버스내린 곳으로 돌아갔다. 버스 정류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마리엔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중간에서 성을 바라보았다. 높은 산 위에 세워진 하얀 성, 그 위로 뭉게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동화속의 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저 성이 놀이공원에 있는 성이라면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00 년도 더된 오래 전에 산위에 저런 성을 짓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 놀라울 뿐이었다.

성을 내려온 후 퓌센 역으로 간 나는 역 근처 마을을 둘러보았다. 여행 안내소 근처에서 해산물 전문점 NORDSEE를 발견했다. 뮌헨에서는 저녁시간에 문을 닫아 발길을 돌려야했던 곳이 아닌가. 생선가스 비슷한 것을 시켰다. 파리의 까페 Ruc에서 스테이크를 먹은 이후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였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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