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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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쩨른 시내지도>

 

  •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루쩨른

퓌센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둘러본 후 뮌헨으로 돌아왔다. 초저녁 쮜리히 행 기차를 타려면 아직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길래 어제 보아두었던 쌍둥이칼을 사려고 칼스광장의 매장에 갔다. 세일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리엔광장 옆에 있는 또 다른 매장으로 향했다. 기념이 될 만한 작은 주머니 칼을 사고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로 달려갔다.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 갔는데 동전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무원도 이미 퇴근하였는지 창구가 닫혀 있었다. 갈등의 순간이 왔다. 그냥 표 없이 들어갈까? 말까....? 기차 시간은 5분을 다투고 있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빵을 사고 동전을 바꿨다. 티켓을 사고 황급히 플랫폼으로 달려갔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어느쪽이 중앙역 방향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열차를 기다리는 여학생에게 대충 물었다. 이쪽이란다.. 곧이어 열차가 도착했다. 한정거쯤 갔을 때 역이름을 확인해보았다. 아풀싸~ 반대 방향이었다. 다시 열차를 내리고 반대방향으로 갈아탔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뮌헨역에 내리면 코인박스에 넣어둔 배낭도 찾아야 하고 플랫폼 번호를 확인해서 달려가야만 했다. 열차가 중앙역에 도착하는 순간 냅다 내달렸다. 배낭을 찾고 플랫폼으로 달렸는데 저 앞에 기차가 보였다. 역무원이 황급히 달려오는 승객을 발견하고는 기관사에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열차가 출발했고 기차를 놓쳤다. 출발시각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역무원에게 욕이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독일식 합리주의인가보다. 사람을 역무원으로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이유는 '생각'하며 일하라는 뜻일게다. 기계처럼 행동하려면 무엇 때문에 사람을 그 자리에 세웠을까? 그냥 로봇을 세워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씩씩거렸다.

쮜리히행 기차를 놓친 후 허탈한 마음에 어제 묵었던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섰다. 뮌헨에는 호프브로이 하우스 말고도 뢰벤브로이라는 맥주회사가 운영하는 호프집이 중앙역에서 한정거 거리에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흑맥주를 마시며 쮜리히로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날 아침 일찍 뮌헨 중앙역으로 나가 쮜리히행 기차를 탔다. 4시간 정도 가자 쮜리히에 도착했다. 곧바로 루쩨른행 기차표를 샀지만 이번에는 플렛폼을 찾지 못해 기차를 놓쳤다. 다행히 구입한 기차표는 시간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음번 기차를 타도 상관 없었다. 한두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루쩨른행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루쩨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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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쩨른역에 내리자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유람선 선착장이 보였다. 목적지는 필라투스 봉우리, 원래 계획은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피어발트슈퇴터 호수를 지나 알프나흐슈타트까지 간 다음 등산철도를 타려고 했다. 그러나 어제 뮌헨에서 기차를 놓쳤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유람선을 타면 1시간 40분이 걸리지만 기차를 타면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기차를 타고 알프나흐슈타트에서 내렸다. 퓌센역이 작은 시골역의 느낌이었다면 알프나흐슈타트역은 아담하고 깨끗하게 지어진 역 건물과 주변 마을 분위기가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역 바로 옆에 호수가 있었고 유람선 선착장이 있었다. 등산철도 출발시간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호수가로 가보기로 했다. 역에서 호수가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지하도 벽은 여느 유럽의 어디서나 볼 수 있듯이 현란한 낙서로 도배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다지도 범상치 않은 낙서에 집착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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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투스는 루쩨른에서 찾아갈 수 있는 알프스의 몇몇 봉우리 중의 하나이다. 해발고도 1,800m로 다른 봉우리에 비해 낮지만 해돋이가 유명한 리기(Rigi)가 있고, 해발고도 3,020m로 정상에서 알프스의 만년설을 볼 수 있는 티틀리스(Titlis), 그에비해 필라투스는 해발고도 2,132m로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유람선과 등산철도를 타고 올라가서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 후 버스를 타고 루쩨른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행안내서가 소개하는 필라투스가 너무 멋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갔게 했다.

시간에 맞춰 등산열차 출발 역으로 갔다. 역은 알프나흐슈타트 역 바로 옆에 있었다. 등산열차는 40도 가까운 경사면에 기울어 세워져 있었다. 기차가 절벽에 오를 때는 길가의 건물들이 오히려 기울어져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열차는 알프스 계곡과 산 능선을 여류롭게 달렸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푸른 초원 위에 외로이 서있는 집, 계곡 사이에 머물러 있는 구름,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한 후 기차에서 내렸다. 걸어서 10분을 더 올라가 에젤 봉 정상에 섰다. 발아래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주위에는 알프스의 고봉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산소부족으로 걸을 때마다 잠깐씩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산을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탔다. 구름사이를 뚫고 급경사를 따라 케이블카가 산중턱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작은 곤돌라로 갈아탔다. 곤돌라 승강장 옆의 숲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여행의 참 맛은 역시 먹는데 있는 듯 싶다. 정신 없이 돌아다닐 때 보다 시간을 내어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다.

필라투스에서 버스를 타고 루쩨른으로돌아왔다. 루쩨른, 멋진 곳이다. 시내 가운데로 강이 가로지르고 강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조화롭게 세워져 있다. 강가를 따라 처음 찾아간 곳은 루쩨른 시의 상징인 가펠교이다. 1333년에 만들어졌으니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다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붕위 널빤지마다 루쩨른의 역사가 그림으로 옮겨져 있다. 다리 밑에 흐르는 보라빗 강물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찬찬히 돌아보았을 텐데, 곧바로 루쩨른 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메뚜기 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닌 하루였다. 아침 일찍 뮌헨에서 쮜리히를 거쳐 루쩨른으로 와서 필라투스 봉을 오르내리고 루쩨른 시내를 둘러본 후에 저녁무렵 인터라켄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 나는 메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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