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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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 개방의 도시 션쪈(深 土川)

6월28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홍콩의 민박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Hung Hom역에서 하차(19 홍콩달러), 역사로 들어가 뤄우(Lo Wu)역 행 기차표를 구입했다.(66 홍콩달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승강장이 나타났다. 잠시 후 11시30분,  KCR 기차가 도착했다. 중국에서 기차를 타보기는 처음이지만 기차라기 보다는 지하철을 탄 기분이었다. 40여 분을 달려서 뤄우역에 도착했다.

홍콩으로 들어올 때는 비자가 필요없었지만 션쪈에 들어갈 때는 비자도 필요하고 나름대로 복잡한 절차가 있는 듯 했다. 개찰구를 나와서 Visitors 표시를 따라갔다. 출경(出境) 카운터에서 출경카드를 기입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필요없다는 사인을 했다. 홍콩 입국시에 작성한 입국신고서 사본과 여권을 제출하고 홍콩을 빠져나왔다. 홍콩세관에서는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았다. 세관을 나와 션쪈강의 다리를 건너는데 마치 판문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야 홍콩도 중국 땅이라 긴장감이 덜하지만 과거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통과하자 입경(入境) 카운터가 나왔다. 외국인 전용 창구로 가서 입경카드를 기입하고 여권을 제출했다. 무사 통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이때 시각이 오후 1시.

션쪈은 1980년에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놀랄 만한 속도로 개발되어 지금은 중국 남부 최대 규모의 현대적 도시이자 국제 무역항구 및 레져 관광의 도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션쪈을 두고 '신화 같은 도시' 혹은 '중국 개혁 개방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고..

택시를 타고 가면서 바라본 션쪈 시내는 홍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특색 없는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곳곳에는 경제발전을 상징하 듯 초고층 건물들이 솟아 있었다. 10여분 후 택시에서 내리자 소나기가 퍼부었다. 서둘러 민박집을 찾아 나섰다. 민박집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34층 아파트 건물 중 33층에 있었다. 숙박비도 홍콩의 절반에 불과했고 방안에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창밖으로 맞은편에 초고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다본 시내 풍경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분위기가 다를 바 없었다.

저녁 8시,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려고 민박집을 나섰다. 근처 사거리는 광화문 사거리 만큼이나 컸다. 사거리의 육교마다 자전거가 올라갈 수 있게 길이 나 있는 것이 특이했다. 교차로 근처에는 밤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이 자리잡고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을 쳐다보곤 했는데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음산해서 적지 않게 신경이 쓰였다. 중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션쪈 역시 야경이 더욱 보기 좋았다. 근처 백화점을 몇군데 들어가 보았는데 홍콩에서 막 와서 그런지 매장의 진열상태나 상품들이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문득 인터넷에서 드라마 '올윈' 1편을 보게되었다. 무료였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 나는 계속해서 편당 500원씩 내고 여행기간 내내 밤마다 '올윈'을 보곤 했는데 낮에는 쏘다니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다보니 체력이 견뎌낼 제간이 없었다. 앞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고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아무튼 제목 자체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직장을 휴직하고 중국으로 건너온 내 생활 자체가 '올윈'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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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9시30분, 가벼운 짐을 챙겨들고 숙소를 나섰다. 근처에서 223번 버스를 타고(2.5위엔) 40여분을 달려 진시우쭝화에서 내렸다. 중국의 각종 명승고적을 미니어쳐로 재현해놓아 명성이 높은 곳인데 중국을 다 돌아볼 수는 없지만 대충 분위기라도 파악해볼 생각에서 찾았다.

자연농원 같은 넓은 대지위에 82가지의 명승고적을 만들어놓았는데 하나하나 체크해가면서 둘러보았지만 너무나도 힘에겨웠다. 날씨가 무더워서 그늘에 서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북경에 있는 이화원 미니어쳐는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 흔적이 보였고 평소 가보고싶었던 티벳의 포탈라궁이나 지금은 파괴되어 폐허로 변한 원명원의 건물들을 재현해 놓은 것은 상당히 관심있게 보았다. 각종 명승고적 뒤로 현대화를 상징하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전체 중에 70여개를 관람하고는 손을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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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속문화촌은 진시우쭝화의 오른편에 있었는데 다시 표를 끊지 않고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중국의 소수민족 예술과 민속 춤, 건축양식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먼저 티벳관을 보고나서 옆에 있는 운동장에서 몽고의 전통 마상전투를 구경한 후 조선족 식당에서 냉면으로 배를 채웠다. 이미 무더위 속에 돌아다닌 탓에 기운을 잃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으나 S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가족을 만나서 함께 다니면서 자의반 타의반 그런대로 착실히 구경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관람한 중앙극장의 공연은 원래 별도의 표를 구입해서 들어가야했으나 표가 매진된 상태에서 입구가 혼잡한 틈을 타 우루루 끼어들어가 공짜로 구경하고보니 더욱 재미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225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민박집의 묘미 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곳 션쪈에는 주로 사업 관계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저녁 식사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 고철 사업을 하신다는 모 사장님과 직원, 그리고 북한을 오가며 물물교환 식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말투도 그렇고 분위기도 영락없는 북한 사람들이라 다소 긴장감이 들었다. 내일은 광저우로 가는 길에 뚱관에 들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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