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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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사의 막을 연 뚱관(東莞)

아침 10시, 션쪈의 민박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에 갔다. 버스에 오를 때 사스 예방을 위해 탑승자 명단을 작성했다. 거주지를 적는 란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뚱관의 민박집 주소를 기재했다. 한동안 사스에 대한 기억을 지웠는데 다시금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중국에서 시외버스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 안의 TV에서는 우리나라 70년대 풍의 코메디 공개방송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극장 풍경을 연상시키는 관객들의 순박한 표정이 흥미로웠다.

버스 안내양이 요금(45위엔)을 받고 생수를 한병씩 나눠주었다. 배낭에 넣어두었다. 돌덩이 같은 배낭이 더 무거워졌다. 무게를 줄이려고 티셔츠와 내의를 두벌씩만 넣었는데 카메라와 컴퓨터, 여행 안내책 등으로 인해 10분만 메고나면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온다.

1시간 반이 지난 12시10분에야 뚱관의 세 번째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작고 허름한 버스정류장에는 다음 목적지인 광저우로 출발하는 버스 승차장이 있었다. 정류장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민박집으로 전화를 걸었다.(5마오) 민박집 주인이 곧 이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콜라(2.5위엔)를 마시며 기다렸다. 버스정류장 앞에는 택시와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었다. 이곳 뚱관에서는 오토바이가 중요한 교통수단인 것 같았다. 특이하게도 오토바이 운전사들은 모두 동성소방중대라고 써있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

얼마 후에 민박집 주인이 마중나왔다.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갔는데 지금껏 머물렀던 홍콩과 션쪈에 비해서는 무척 허름해보였고 마루에 컴퓨터가 한 대 있었지만 인터넷은 전화선으로 연결해야 했다. 그대신 하루 요금이 100원으로 가장 저렴했지만 민박집 주인의 왕복 택시요금은 내가 지불해야했다.

뚱관에서는 단 하루만 머물 생각이다. 서둘러 간단한 짐을 챙겼다. 민박집 벽에 붙어있는 시내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유명한 곳은 무엇인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유명한 정원이라는 커위엔에 가겠다고 하자 주인집에 놀러왔다는 친척 아가씨가 '거기 가면 오래된 집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며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민박집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오토바이가 앞에 섰다. 에라 모르겠다.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예전에 빨래방 주인아저씨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시내를 쏜살같이 달려 곧바로 커위엔에 도착했는데 두 번다시 타고싶지는 않았다.(5위엔) 커위엔은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서 바라본 뚱관 시내는 광뚱셩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고 들은 바와는 달리 그다지 부유해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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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위엔은 광뚱성의 4대 명원 중의 하나라고 한다. 130여년 전 관찰사를 지낸 장시우란 사람이 주인이었는데 아담한 저수지 주변으로 누각과 정자, 다리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단아한 멋을 풍기는 곳이었다.(입장료 10위엔)

일반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해서 정교하게 지어졌다는데 특히 주 건물인 커러우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어졌다고.. 꼭대기 층에 오르면 커위엔과 주변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전망대에 오른 기분이다. 원내 찻집에서 전통 악기 연주를 들으며 차를 마셨다. (모리화차 10위엔, 악기 연주 10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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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50분, 커위엔을 나와 택시를 타고 10분 만에 황치샨에 자리잡은 황치 구야오에 갔다.(택시 기본요금 7위엔) 햇볕이 쨍쨍 내리쬐이는 가운데 다소 황량해보이는 입구를 지나 10여분을 걸어 올라가자 특이하게도 파란색 기와를 얹은 절이 나타났다. 입구에 들어서자 방문객들이 태우는 향과 초의 냄새가 진동했다.

뚱관을 흔히 근대사의 막을 연 지역이라고 한다.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미국의 아편 무역상으로부터 압수한 아편을 태워 버린 샤오옌츠와 침략군에 대항하기 위해 해변에 설치된 포대 등의 사적을 비롯해서 중국 개혁개방을 가장 먼저 체험한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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