σ Kim Ja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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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이 펼쳐진 초원 네이멍구(內蒙古)

2003년 8월23일부터 26일까지, 내몽고에 다녀왔습니다. 지도상으로 중국의 북쪽 지방에 몽골과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내몽고는 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대평원이더군요.

첫날 저녁 8시반에 북경에서 기차를 탔는데 중국에서 침대기차를 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통로가 길게 나있고 왼편에는 침대가 상중하 세개씩 마주보게 배열되어있었습니다. 딱딱한 침대인 잉워의 경우이고 좀더 고급인 부드러운 침대인 루안워의 경우는 좌우로 두개씩 배치되어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값싼 기차를 탄 덕분에 차내에 에어컨도 없었고 시간도 1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딱딱한 침대라고 해서 걱정했지만 전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는 한쪽 벽에 설치된 선풍기 바람에 그런대로 더위를 견딜만 했고 기차가 출발한 후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기차가 북경을 벗어날 즈음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불을 푹 뒤집어써야했을 정도였지요.

새벽녁에 잠에서 깨어 차창 밖을 내다보니 기차가 드넓은 대평원을 달리고 있는데 지평선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더군요. 정말로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몽고의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기차역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을 달리는데 도로 포장공사 중이라 차를 돌려서 샛길로 차를 몰아 다시금 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대형트럭 두대가 길을 막아섰고 길가에는 트럭 운전사와 몇몇 인부들이 앉아서 쉬고 있더군요. 한마디로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내려서 담배를 한개피씩을 돌리며 사정을 해보았지만 트럭 운전사는 막무가내였습니다. 10여분간을 통사정 해도 꿈적도 하지않던 트럭기사는 10위엔을 집어주자 벌떡 일어나서 차를 뒤로 빼주었습니다. 차 안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 입에서 이런 얘기가 튀어나오더군요.

"중국인은 이런식이냐?"

하지만 남 흉볼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초원위에서 말을 탔는데 처음에 생각하기로는 아마도 마부가 고삐를 잡아주고 마당 한두바퀴 정도 돌겠지 생각했습니다만 그게 아니더군요. 실제로 3시간 동안 달렸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푸른 초원과 지평선 위의 파란 하늘, 흰 구름이 너무도 선명한 것이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더군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초원의 일출을 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사막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낙타를 타고 30여분 거리에 있는 오아시스에 다녀왔는데 모래도 쌓여있으니까 관광상품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으로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행사에서 제공한 기차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행이 5명인데 침대칸이 제각각 흩어져있는 것이었지요. 기차표를 유심히 보니 이미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구입한 표였는데 아마도 사전에 구입해놓은 표 중에서 남은 것들을 싸게 사서 우리에게
준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항의하자 한동안 고심하는 듯 하더니 "해결됐다. 기차에 탄 후에 바꿔주겠다"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기뻤습니다. 그런데 여행사를 나서며 생각해보니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더군요. 기차를 타고나서 우리보고 바꾸라는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처럼 항의하는 손님에 대한 1단계 대처법이겠구나.. 잠시 고심하는 척 하다가 해결되었다고 하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 수법..

기차시간이 되어서 역으로 가는데 남자직원이 한명 동행해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기차표를 바꿔줄 것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경험이 많아보이는 저 사람이라면 기차표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한 순간이나마 여행사를 의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플랫폼에서 우리 일행이 기다리는 동안 그 직원이 표를 들고 기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출발시간이 다가오면서 우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발하기 2~3분 쯤 전에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아~ 해결되었구나' 라는 기쁜 마음에 열차 앞으로 달려갔지요. 빨리 올라타라는 얘기에 서둘러 승차를 하고는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혹시 나의 인사가 전달되지 않을까봐 애써 직원과 눈을 맞추면서..

곧바로 기차가 출발했고 침대칸을 찾아가기 위해 기차표의 좌석을 확인하던 우리는 순간 황당했습니다. 직원이 우리 손에 쥐어준 기차표는 처음 표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그 순간 제 머리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음.. 이것이 2단계 대처법인가보군..'

아뭏든 이런 저런 좋지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차를 타고 평원을 끝없이 달리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더군요.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기차를 타고 몇날 며칠을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여행은 끝없는 방황